SNS에서 너무도 많이 추천되고 있는 김연수 작가의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읽었다.

이 책은 김연수 작가의 8개 단편집을 묶은 소설집이다.
 
작가 특유의 느낌이 좋은 글이다. 약간 우울하기도 하지만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다.
8개의 단편중 첫번째 작품의 제목이 "이토록 평범한 미래"이다.
그해 여름 자살을 꿈꾸는 지민, 그녀의 엄마는 작가였지만 일찍 세상을 떠났다.
그녀가 남긴 유일한 작품은 "재와 먼지"라는 소설이었다.
 
책의 내용 중 "1972년 10월이 시간의 끝이다"라는 단 한 문장이 문제가 되어, 유신정권에 의해 출판 금지를 겪게 된 책이다.
1972년 10월은 박정희 대통령에 의해 국회가 해산되고 헌법의 효력이 정지되는 유신이 발표되었기 때문이다.
책의 내용은 동반자살을 한 연인이 죽지 않고 미래에서 과거로 진행되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처음 만났던 순간 그토록 설레고 기쁜 마음의 순간으로... 그리고 그 시간 후 다시 정상적인 시간의 흐름으로 세번째 삶을 살게 된다.
우리는 과거의 아름다웠던 기억들을 대부분 잊고 살아간다. 그 순간의 설레이고 소중한 감정들을 망각하고 무뎌진 감각이 우리를 지배한다.
현재와 과거의 감정 사이에는 크나큰 괴리가 존재하게 된다.
이 간극을 기억에서 꺼내 보는 것도 현재의 무감각을 깨뜨리는 자극이 되지 않을까?
 
김연수 작가의 아름다운 표현들도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군락을 이룬 황하 코스모스가 일제히 한쪽으로 몸을 수그렸고..."
이문장은 우리의 시야에 바람으로 누운 코스모스를 자연스레 데려다 준다.

"울음의 주도권은 울음이 쥐고 있었다."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을 이리도 짧고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작가는 후기에서 어떤 글을 쓰고 싶었냐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메리 올리버는 "골든 로드"라는 시에서 "빛으로 가득 찬 이 몸들보다 나은 곳이 있을까?"라고 썼다.
이 경이로운 문장 이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나는 잘 알게 됐다. 직전의 시구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삶이라는 힘든 노동은 / 어두운 시간들로 가득하지 않아?"
'어두운 시간'이 '빛으로 가득찬 이 몸'을 만든다.
지금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이런 것이다. 그리고 이 이야기들은 언제가 우리의 삶이 될 것이다.

 

이 작품을 읽으며 왠지모를 쓸쓸함과 아련함을느꼈다.
사랑이라는 것은 어쩌면 다른 말로 쓸쓸함이라고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누구나 마음 한편에 품고 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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